CI니 BI니 하는 용어는 몰라도 로고, 마크 라는 말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CI는 Corporate Idenetity, BI는 Brand Idenetity의 줄임말이다. 보통 “기업이미지 통일화작업”, “브랜드이미지 통일화작업”이라고 하는데 이 용어에 대해 좀 들어 본 사람들 조차 CI, BI를 간단하게 로고만 만드는 작업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가끔 현장에서 설명하느라 말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회사나 가게를 새로 열 때 또는 상품을 새로 만들때 로고나 마크, 브랜드(상표)를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듯 하지만 말그대로 “간단하게” 로고만 만들면 된다고 믿는 분이 많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듯 하다.
로고를 만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우리 회사, 가게 또는 상품 등을 타사, 타상품들과 구분 짓게 만드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을 것이다. 또는 대고객 인지도를 높일 목적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 것이다.
근데 과연 로고만 만들면 그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까?
로고를 제작한다는 디자인회사나 디자이너들의 웹사이트를 보면 Identity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부가적인 설명이 없다면 일반사람들은 이 용어가 로고를 만드는 메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 로고라는 말대신 Identity라는 생소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사전적인 의미로 “신분,독자성, 정체성, 유사성”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로고를 만드려고 하는 사람들의 목적과 연계되는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로고와 아이덴터티라는 용어의 차이점에 대한 이해는, 앞에서 언급한 “이미지통일화작업”이라는 개념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CI 역시 같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BI, 즉 브랜드에 대한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사람이 태어나면 이름을 짓는다. 이는 타인과의 구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것을 네이밍(Naming)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중요한 Identity 작업 중의 하나이다.
네이밍은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서 좀더 쉽게 불리고 기억하기 좋게 만드는 작업이다. 물론 네이밍에는 더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간단하게 이 예만 들었다.
로고작업 역시 소구대상(주고객)에게 시각적으로 기억하기 좋고 보기좋은 느낌을 주는 상표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기좋은”느낌이란 말그대로 시각적으로 예쁘거나 편한 느낌을 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것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로고에 사용되는 색상이나 모양 등이 있는데 대상고객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많을 것이다. 핑크색이라면 더더욱 분명하게 구분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식으로 시각적인 요인에 따라서 성별, 연령대에 따른 로고 색상 선택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아이덴터티라는 용어는 이런 1차적인 분석을 뛰어 넘는다. 브랜드의 이름과 색상, 형태가 추구하는 것은 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 성격을 소구대상(주고객층)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 아이덴터티 라고 이 용어는 단순하게 로고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않고 이 브랜드가 소구하는 대상에게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상, 정체성, 신분, 동질성을 공유(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의류브랜드가 “럭셔리”라는 개념(컨셉)을 가지고 있다고 광고하고, 그 브랜드 의류를 구입하는 사람이 그 옷을 착용하면서 스스로 “럭셔리”한 사람으로 느끼게 되었다면 그 브랜드의 아이덴터티 전략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라는 존재는 타인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나”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나”의 아이덴터티와는 다를 수도 있다. 이 혼동 때문에 가끔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을 것이다.
브랜드 광고홍보 전략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를 이런 이미지, 느낌, 컨셉으로 기억해 주세요!” 라는 전략을 펼치지만, 주관적인 성향이 강한 브랜드는 “우리는 이런 컨셉이니까 이에 동의하고 공유해 주세요!” 라는 자세로 소비자를 이끌고 나가려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전략은 우리 제품,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레벨, 예산, 퀄리티, 유통상의 점유율, 인지도 등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
로고와 아이덴터티라는 용어의 개략적인 내용만 봐도 로고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특급호텔 중식당에서 먹는 짜장면과 동네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면이 같이 공존하고 있는 것 처럼 로고를 만드는 일과 아이덴터티 작업은, 고객들의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함께 존재할 것이다.